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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안 본문

Review/Book Review

철학의 위안

Actruce 2024. 2. 12. 13:43

 

지은이 : 알랭드 보통

옮긴이 : 정명진

출판사 : 청미래

출판일 : 2023년 10월 25일

 

 

목차

I 인기 없는 존재들을 위하여

II 가난한 존재들을 위하여

III 좌절한 존재들을 위하여

IV 부적절한 존재들을 위하여

V 상심한 존재들을 위하여 

VI 어려움에 처한 존재들을 위하여

 

 


원래는 알랭드 보통의 <불안> 을 빌려봤는데 불안은 좀 더 무겁고 읽기 좀 힘든 느낌이 있어서 집어든 책이 <철학의 위안> 이었다.

각 챕터별로 당대의 유명 철학가 1명의 삶과 철학에 대해서 소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딱딱한 철학서가 아닌 철학자들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고 그들의 사상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내용이 구성되었다.

 

6개 챕터는 각각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이 책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은 소크라테스 부분이었다. 단순히 "너 자신을 알라" 라고 외치며 다니고 다소 괴팍하고 고집불통의 뚱뚱보 철학자인 소크라테스인줄만 알았지만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다른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자신이 깨우친 진리를 설파하는 훌륭한 철학자의 면모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다비드의 그림을 통해 소크라테스의 최후에 당당한 모습의 소크라테스와 괴롭고 슬퍼하는 주변인물들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장군 라케스와 나눈 대화에서 용기가 단지 적과 마주하여 달아나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비록 퇴각하더라도 나중에 적을 물리치는 것 또한 용기가 아니겠냐고 반박하는 장면이나, 메논과의 대화에서 훌륭한 것들을 손에 넣는 사람들이 덕이 높은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대화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사고방식을 잘 말해준다. 그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확고하게 상식으로 인정되는 의견을 하나 찾아 보자.

2. 잠시 상상해 보자. 이런 의견을 내놓는 사람의 확신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거짓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 의견이 진실일 수는 없는 상황이나 환경을 찾아보자.

3. 예외가 발견되면, 그 정의는 틀렸거나 아니면 최소한 불명확한 것임에 틀림없다.

4. 최초의 진술은 이런 예외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새롭게 고쳐져야 한다.

5. 그렇게 새로 정리한 주장에서 또다시 예외가 발견된다면, 앞에서 거쳤던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진리는, 만약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언제나 더 이상 논박할 수 없는 주장 속에 존재해야 한다. 어떤 주장에 대한 이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곧 그 주장에 담긴 오류들을 발견해 나가는 일이다.

6.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무엇을 빗대어 말했든지 간에, 사고의 산물은 직관의 산물보다 더 우월하다.

 

 

두번째 챕터는 쾌락주의자로 유명한 에피쿠로스였다. 중학교 사회책에 비교적 초반에 등장했던 에피쿠로스 학파의 그 에피쿠로스였다. 금욕주의가 에피쿠로스였는지 헷갈렸었는데 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자가 맞았다. 하지만 내가 상상하던 그 쾌락주의와는 거리가 있었다. 아는 지인들과 공동체 생활을 위한 집과 정원을 마련하고 늘 소박한 음식을 차렸으며 공동체 구성원들과 사색과 토론을 즐겼다. 쾌락을 중시하는 쾌락주의자의 삶과 실제는 달랐던 것이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적 지침들은 꽤나 흥미로웠다. "쾌락은 행복한 삶의 시작이자 목표이다" 라던지 "먹거나 마시기 전에,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조심스레 고려해보라. 왜냐하면 친구 없이 식사를 하는 것은 사자나 늑대의 삶이기 때문이다." 같은 말들은 감각적 쾌락을 강조하고 우정이나 위장의 쾌락을 중요시했던 소박하지만 위대한 쾌락주의자를 연상시킨다.

 

에피쿠로스는 삶을 쾌락적으로 만드는 실질적인 것들을에 대한 놀랄 만한 결론을 얻었는데 그것은 '우정', '자유', '사색' 이었다. '우정' 을 이루기 위해서 에피쿠로스는 아테네 외곽으로 이사하고 메트로도로스와 그의 여동생, 수학자 폴리에누스, 헤르마쿠스, 레온테우스와 그의 아내 데미스타, 그리고 이도메네오스라는 상인을 불러들여 공동체 생활을 한다. 절대 혼자서 식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 이들 공동체는 검소한 생활방식을 유지하면서 일상과 정치에서 그들 스스로를 해방시켰다. 그럼으로써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자유' 를 획득했다.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서 공동체는 공동 휴게실과 채소밭 둘러앉아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토론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가지 면모를 살펴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많은 철학자 에피쿠로스였다. 나는 쾌락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이들이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행복에 다다르기 위한 실천적인 측면에서의 쾌락주의를 좀 더 살펴보고 싶어졌다.

 

이외에도 로마시대의 현자였던 세네카, 수상록의 몽테뉴, 아버지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으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쇼펜하우어, 스위스 엥가딘 지역의 질스-마리아를 사랑했던 불행했던 니체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알랭드 보통은 딱딱한 철학서가 아닌 철자들의 삶 속으로 우리를 인도했으며, 이 책은 그 입문서라도 보아도 좋을것 같았다. 고등학교 윤리책이나 서양 철학 입문서가 주는 경직을 벗어 던지고 한 챕터, 한 페이지씩 음미해 볼 수 있는 형태의 이런 철학서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소장해 보고픈 책 한 권을 또 만난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아쉽지만 지금은 이 책을 일단 떠나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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