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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구의 우리 눈으로 보는 세계사 본문

Review/Book Review

강철구의 우리 눈으로 보는 세계사

Actruce 2022. 12. 9. 22:14

2021.4.23 작성. 다음블로그 -> 티스토리 이전(2022.12.09)

 

 

지은이 : 강철구

출판사 : 용의숲

출판년 : 2008년

 

목차

 

1 세계사를 어떻게 바로 볼 수 있을까
2 고대 그리스 문명에 대한 환상
3 자유로운 유럽 중세도시라는 신화
4 부르크하르트와 르네상스
5 아메리카 정복과 유럽의 해외 팽창
6 16~18세기 유럽 자본주의 발전과 아시아 경제의 재평가
7 근대 자연법의 형성과 식민주의

 

 


 

제대로 된 서양사 책에 목말라 하던 중,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이다. 세계사라는 것이 참으로 접근하기가 힘든게 주로 유럽사, 특히 그리스사부터 시작하면 그리스신화를 알아야 하고 로마로 넘어가면 로마의 왕들을 알아야 하니 여간 시작하기가 벅찬게 아니다.

 

그렇다고 중세로 넘어간다고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중세에 딱히 기억할 만한 굵직한 이벤트도 없거니와 로마가 동로마와 서로마로 분리된 다음부터는 시선이 분산되어 안드로메다로 빠지기 일수고, 그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십자군 전쟁이니 하는 것들은 중동과 엮여 있어 이쪽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고, 또 우리가 모르는 왕조들은 왜 그렇게 많고 서로 혼약관계로 얽히고 섥혀 있는건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더군다가 프랑스 혁명이후로 넘어가면 국경이 합쳐졌다, 뭉쳐졌다를 반복하고, 자기 나라 단속하기도 힘든 와중에 나폴레옹쪽 이야기를 읽다보면, 갑자기 오스트리아나 이탈리아와 전쟁을 하지 않나, 이집트 원정을 떠나질 않나 우리처럼 한반도와 그 주변 역사만으로 풀어내는데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여간 골아픈 역사들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게 『강철구의 우리 눈으로 노는 세계사』 는 우리의 뒤통수를 세게 휘갈긴다.

 

그리스의 역사는 실제로 소아시아의 역사이고 유럽의 역사이기 보다는 중동의 역사에 더 가깝다는 것. 페르시아에 의해 정복당했으며 동로마 제국으로 분리되고 비잔틴 제국이 된 이후에 서유럽 역사에서는 더 멀어져 갔으며 오스만 투르크 지배 이후에는 완전히 유럽문화와 단절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스어 문학과 학문체계를 계승해 온 것은 유럽인이 아니라, 이슬람 인들이었으며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 등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접하게 된 것도 이슬람으로부터 온 책들로부터였다. 당시만 해도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슬람권 철학자로 인식되었고, 그리스 신화등의 다신교 숭배주의는 중세 유럽의 단일신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8세기의 요한 벵칼만 등의 그리스 문화 연구가들에 의해 새롭게 그리스 작품들이 조명받게 되었고, 19세기의 제국주의 열풍속에서 프로이센은 나폴레옹과의 전투에서 패한 뒤 국민 사기를 고취시키기 위하여 그리스 고전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가르치게 되었다. 차츰 유럽나라들은 그리스의 문화를 자기들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수 많은 그리스 유적들을 가져와 박물관에 전시하게 되었다. (독일의 페르가몬 박물관에 가면 신전 제단을 그대로 잘라와 옮겨 놓기도 한걸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그리스 문화가 서양문화의 시작이라고 배워온 것들은 실제로는 18세기 이후에서야 서양 지식인들의 이데올로기 제작과정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며 '아름다운 것', '세속적인 것' 이라는 것도 추려진 진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 내가 인상깊었던 부분은 서양인들의 식민지배 행위를 정당화 하기 위해 '자연법'에 의거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인데 보고 있으니 참 기가 막혔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자신들이 남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전쟁하여 복종시킬 명분을 만들어 낼 수 없으니, 이들은 '자연법' 에 근거하여 논리를 강제로 만들어 낸 것이다. 살라망카 대학의 신학부 교수였던 프란시스코 데 비토리아는 다음과 같이 논리를 제시한다.

 

이렇게 그는 옛날 이야기에서 선례를 만들며 여행과 방문, 교역, 정착, 광산 채굴의 보편적인 권리를 끌어냈다. 그리고 이런 권리가 정중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부인될 때는 전쟁을 할 수도 있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하는 전쟁은 정당성을 갖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교역을 막아서는 안 되었다. 그것이 유무상통을 통해 서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원주민들이 내륙으로의 여행을 막고 복음을 전하는 것을 금지한다면 이제 스페인인들은 그들을 정복할 권리를 갖는다. 또 인간을 희생시키는 제사나 카니발리즘을 강제로 막는 것도 이제는 합법적이 될 수 있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막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중략 ...

1539년부터 본격화된 이 논리는 곧 지배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며 이후 스페인 식민주의의 중요한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이는 다른 식민 국가들에게도 유용한 이론이었다. 네덜란드나 잉글랜드를 포함하여 많은 나라 사람들이 이 이론을 열렬히 환영한 이유이다.

 

이 밖에도 르네상스, 중세 도시국가, 아메리카 정복, 16~18세기 유럽과 아시아의 경제 평가 부분에 대해서도 기존의 맞다고 알려진 부분들도 실은 왜곡이 있고, 유럽인들이 자신들에 맞게 각색한 부분이 없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오래도록 유럽 역사를 접하며 왜 이렇게 앞 뒤가 안 맞고 연결이 되지 않는지 궁금했던 부분 중 일부가 해결되는 것 같은 상쾌함을 느꼈다. 책 가격이 꽤 나가는데 기회만 된다면 소장하고 가끔씩 꺼내어 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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