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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Review

나의 한국현대사

Actruce 2022. 12. 9. 20:40

2020.4.22 작성. 다음블로그 -> 티스토리 이전(2022.12.09)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목차]

서문: 위험한 현대사

프롤로그: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의 역사체험

제1장. 역사의 심연을 건너뛰다: 1959년과 2014년의 대한민국
1959년 돼지띠
평등하게 가난했던 독재국가
불평등하게 풍요로운 민주국가
욕망의 위계
그라운드 제로, 그리고 욕망의 질주

 

제2장. 4·19와 5·16: 난민촌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냉전의 모델하우스
반민특위의 슬픈 종말
미완의 혁명 4·19
성공한 쿠데타 5·16

 

제3장. 경제발전의 빛과 그늘: 절대빈곤, 고도성장, 양극화
한강의 기적
이륙에서 대중소비사회로
경제개발5개년계획
한국형 경제성장의 비결
외환위기, 원인과 결과
양극화의 시대

 

제4장. 한국형 민주화: 전국적 도시봉기를 통한 민주주의 정치혁명
민주화의 보편성과 특수성
5·16에서 10월 유신까지
10월 유신에서 10·26까지
10·26에서 6월 민주항쟁까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제5장. 사회문화의 급진적 변화: 단색의 병영에서 다양성의 광장으로
늙어가는 대한민국
가족계획과 기생충 박멸
민둥산을 금수강산으로
금서, 금지곡, 국민교육헌장
전태일, 문송면, 반올림
안보국가에서 복지국가로

 

제6장. 남북관계 70년: 거짓 혁명과 거짓 공포의 적대적 공존
레드 콤플렉스
장성택과 이석기
간첩, made in Korea
세 번의 전환점
정전협정체제와 북핵문제
평화통일로 가는 길

에필로그: 세월호의 비극, 우리 안의 미래
참고문헌


이 책은 강남역 yes24 중고 책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구매하게 되었다.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사건들을 나열하는 부분들이 많아 문학적인 책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비해 훨씬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아마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격동의 역사가 비단 그 세대에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들의 삶 속에도 일정부분 투영된 모습에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이 다른 한편으로는 뜨거운 다짐의 마음을 일으키게 해서 였을 것이다.

 

가장 나를 울컥하게 만든것은 전태일의 분신죽음이었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당시의 평화시장의 수많은 어린 '시다'들 중의 하나가 나의 어머니, 아버지 일거라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났다. 청년 전태일은 비록 자신은 이미 어느 정도 재단사로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수 많은 어린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수는 없었던 불타는 정의감을 가진 사나이였을 것이다. 선과 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을 던졌던 수 많은 뜻 있는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었다고 본다.

 

박정희가 3선 개헌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7·4 남북공동성명' 을 위시해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영구집권을 도모한 유신헌법의 탄생배경도 새롭게 알게된 것 이었다. 사실 박정희 보다 더 최악의 지도자는 이승만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유투브에서 도올의 '여순사건특강' 을 보고 더욱 확고하게 생각이 자리 잡았다. 대한 민국의 통일 정부 수립을 막고 미군정으로 하여금 해방 직후 풀뿌리 지역 조직으로 구성된 '조선인민위원회' (조선인민민주주의의 공산세력과 다른 의미이다.)  를 해체시키고 제주 '4·3 사건' 으로 제주의 무고한 주민을 학살 (당시 제주 주민을 진압의 대상이 아닌 토벌의 대상으로 인식했다.) 한 것도 모자라 여수, 순천에 육·해·공 병력을 투입해 대량살상을 벌인 야만적인 지도자였다. 철저하게 반공의식을 주입시키며, 미군정 아래 대한민국을 복속시키고 철저한 실용주의에만 입각해 친일세력을 재 등용시킴으로써 광복을 제 2의 일제강점기로 만든 장본인이다. 미군정 아래 수 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즉결심판으로 학살을 당했다. 킬링필드가 한국에서도 자행된 것이다.

 

우리 부모의 세대, 부모의 부모의 세대는 기구한 역사적 배경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작가가 서술한 55년의 역사의 기록이 그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슬펐다. 역사적 사실 자체도 슬픈 것이었지만, 오늘날 그 역사가 되풀이 되거나 물질적인 풍요 이외에 크게 나아지지 못한 부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 역시 슬픈 것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지적한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의 민주주의는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정치제도의 성숙도도 그 이후로 그대로 머물러 있고, 그 이후의 3당 야합 등으로 말미암은 영·호남으로 대변되는 지역주의 구도도 여전히 굳게 지켜지고 있다. 통일된 한국으로써의 민족적 통합의 노력은 북한을 주적으로하는 안보논쟁 및 이념 논쟁, 통일에 대한 과장된 우려속에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다.

 

이 책은 확실히 한번만 읽고 끝나서는 안 될 책이다. 55년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함은 물론이거니와 부모 세대의 치열한 삶의 흔적들을 자세히 되짚어 보기 위함도 있다. 나아가서는 앞으로의 역사를 써 나감에 있어서 기억해 둘 내용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의미 있게 읽은 일부를 발췌하며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10월 유신 이후 민주화운동은 연속적·동시다발적·전국적 도시봉기를 일으켜 민중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주의 제도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그런 의미의 민주화 운동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승리와 더불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다수의 국민이 원하면 평화적·합법적으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1987년 이후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하지만 아직 성숙하지는 않았다.

민주적 제도가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에 맞는 생각을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주의는 제도와 행태, 의식의 복합물이다. 물론 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제도가 의식과 행태의 산물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특정한 제도가 그에 맞는 의식과 행태를 북돋우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1987년 가을 여야 정당들이 합의하고 국민이 승인한 제도의 틀 안에서 작동해왔다. 그 제도의 틀을 '1987년 체제'라고 하자. 1987년 체제는 민주화 이전부터 존재했던 낡은 의식과 문화와 결합해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을 더디게 했다.

1987년 체제는 특정한 제도와 의식과 행태의 결합이다. 여기서 제도의 핵심은 대통령중심제와 5년 단임 규정, 결선투표가 없는 선거법, 국회의원 소선구제이다. 이 제도는 지역주의라는 낡은 의식, 동원정치라는 후진적 문화와 결합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한국적 특징을 만들어냈다. 1987년 체제는 현행 헌법과 선거제도를 만든 정치 지도자 '1노 3김'의 동상이몽과 이해타산이 만든 타협의 산물이었다. 그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5년만 하고 나가는 데 합의 했다. 대통령 단임 규정은 25년 군사독재로 말미암은 '정치적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들은 그 취지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헌법 제128조 2항에 임기를 늘리거나 중임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할 경우 개정 조항은 현직 대통령에서 적용하지 않는다는 안전 장치까지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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