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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본문
지은이 : 박경철
출판사 : 리더스북
출판일 : 2011.10.05
목차
프롤로그 당신은 지금 당신 삶의 주인인가!
1장 나를 찾아가는 시간
2장 세상과의 대화
3장 나를 감동시키는 자기혁명
4장 자기혁명을 위한 배움과 성장
5장 미래를 여는 변화와 도전
에필로그 우리는 늘 누근거리는 시작 앞에 있다
이 책을 읽은 건 2021년 어느 때 쯤이었다. 베스트 셀러여서 집에 한 권씩 있을법한 책이었지만, 이런 책들의 신세가 늘 그러하듯 책장 한쪽 구석에 읽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 마음이 쏠쏠하여 갑자기 집어든 이 책은 단숨에 200, 300 페이지를 읽어서 완독을 하고 말았다. 저자의 필력이 좋았고 내용도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의 뻔한 내용이 아니라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그런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저자는 굉장히 박식하다. 의사 답지 않고 인문학적 소양이 대단히 깊고 또, 여러차례 강연으로 말솜씨도 인정받은것 같다. 아마 박원순, 문재인에게 선거 양보를 한 안철수와 토크 콘서트를 이어가고 청년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많이 가지면서 인기를 더 많이 얻게 된듯 하다. 암튼 저자 개인에 대한 호감도는 논외로 두고서 이 책을 읽다보면 "실존"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자신의 한계를 부정하는 혁명, 스스로를 감동시키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지금 기억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세 가지 인간형에 대한 얘기 중
원죄형 인간
에 대한 이야기였다. 원죄형 인간은 나름의 도덕적 규율을 지키는 보통 사람들의 전형이다. 이 원죄형 인간은 유혹에 쉽사리 빠지고 그런 행동은 죄의식의 호수에 납조각처럼 한 겹 한 겹 쌓여간다. 그렇게 쌓여간 죄의식이 어떤 트리거에 의해 수면위로 들어나면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고 또 다시 후회를 하면서 후회한다. 이런식의 악순환이 반복되는게 원죄형 인간의 모습이다. 원죄형 인간은 윤리나 도덕률에 대해서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 방어기제로 인한 거짓말이나 위선에서도 똑같이 해당된다. 즉, 자신이 결심한 내용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나 실망도 원죄가 되는 것이다.
다음은 책의 내용중 인상 깊었던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77page.
그렇다면 관계망 속의 내가 아닌 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그것이 큰 숙제인데, 이렇게 나를 찾아가는 작업은 속성으로부터 나를 자발적으로 소외시키는 것, 즉 사회적 관계가 요구하는 삶만이 아닌 나 자신의 요청과의 균형적으로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실존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실존적 삶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이에 대해 비겁한 굴복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속성만 가진 '나'는 게임 속의 아바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내가 궁극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늘 물어야 한다. 속성 속에서의 성취는 지극히 찰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로또에 당첨돼 한 10년쯤 행복하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행복에 몸부림치는 길어야 3개월이다. 그후부터는 새로운 고민을 안고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새로운 자동차를 사건,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하건 성취의 행복은 그것을 의식하는 잠깐의 순간뿐이다. 우리의 일상이 늘 새로운 자동차를 의식하거나 아름다운 아내만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획득한 것들은 찰나적으로 불쑥불쑥 떠오르는 자기만족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오히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실존은 실로 어려운 명제인 것이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을 보면 (국내에서는 호퍼 그림에 대한 저작권이 해결되지 않아 아쉽게도 이 책에 실을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그의 그림에서는 늘 극단적 고독이 느껴진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표정은 패배자의 익숙한 그것이 아니다. 현대사회의 질서 속에 놓인 주인공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고민은 내일 일용할 양식에 대한 걱정이나 새로운 자동차 또는 요트에 대한 생각이 아니다. 그들의 망연자실함은 오히려 자기를 잃어버린 데서 오는 절대고독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독을 느끼는 것은 타인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진짜 고독은 타인과는 늘 함께하면서 참 나가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데서 오는 것이고, 이것을 가리켜 우울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두려워한다. 오랜 시간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역할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역할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군군신신부부자자 역시 철저하게 비실존적이다. 공자는 속성만을 강조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다움' 이란 실존과 대립되는 가장 극적인 대비다. 당신 역시 그렇게 자신을 단련하고 담금질하고 있을 것이다. 또 그래야 한다. 우리가 태어난 것이 의도한 것이 아니듯 삶을 의도대로 살 수 만은 없다. 또 원하건 원하지 않건 죽음이 기다린다. 그것의 의도를 비켜가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은 자신이 죽음이라는 규정 안으로 더 빨리 뛰어든 어리석은 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른다.
116page.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불행.
1990년 영국의 경제학자 존 윌리엄슨 (John Williamson)이 주창한 '워싱턴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재정과 규율 - 균형예산과 감세
2. 금융자유화 - 시장균형에 따른 금리 결정, 특정 분야에 유리한 관치금융 폐기
3. 무역자유화 - 보호관세 철폐
4. 자본의 이동, 특히 직접투자에 대한 전면개방
5. 모든 기업의 민영화
6. 규제 철폐, 경쟁을 제한하는 모든 장애물 제거
7. 다국적회사들의 지적재산권 보호
8. 공공지출과 민간, 법인세의 축소
나쁜 습관을 버리는 데서부터 시작하자.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정신과 육체와 시간을 갉아먹는 것들이 널려 있다. 이런 것들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먼 길을 가야 하는 나그네가 어깨에 모래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 가는 것과 같다. 먼 길을 떠날 사람에게 필요한 애티튜드는 최대한 단출한 짐을 차리는 것이다.
…
결심이 강한 초기단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쉽게 일어나지만 자칫하면 금세 원위치가 되기 쉽다. 이는 습관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만 잘 극복하면 그 후로는 자신이 극복해온 성과에 애착이 생기며 태도가 달라진다. 그렇게 새롭게 얻어진 태도가 새로운 습관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나쁜 습관을 바꿀 작은 행동의 변화조차 시도하지 못하면서 인생의 꿈을 말하고 그것을 이룰 최선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허한 수다에 불과하다. 그러니 긍정적 애티튜드를 만드는 출발은 내일부터 무엇인가를 하겠다가 아니라 내일부터 무엇인가를 하지 않겠다가 먼저인 셈이다. 즉 나의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애티튜드는 버리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차차 걸음이 빨라지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애티튜드가 형성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긍정적 애티튜드다.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 사는 법.
체 게바라(Che Guevara)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곳은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격전지다. 나는 우리가 콩고에서 제국주의자들에게 일격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레방아를 향해 질주하는 돈키호테처럼 나는 녹슬지 않는 창을 가슴에 지닌 채 자유를 얻는 그날까지 앞으로만 앞으로만 달려갈 것이다.
…
필자는 불자가 아니지만 올해 초에 법륜 스님을 만나 고민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질문을 드렸다. 그때 돌아온 것은 답이 아니라 "당신은 자기 자신의 주인인가?" 하는 반문이었다. 순간 말문을 잃고 말았다. 허를 찔린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만든 틀에 스스로를 가둔다. 성취한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자신이 규정한 틀 안에서 살아간다. 사람은 어떤 틀 안에 있는 것을 안정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모두 스스로 만든 틀 속에서 자신을 가두고 그 틀을 유지하느라 애를 쓴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 틀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지만 크든 작든 경계는 있기 마련이고 그 경계는 결국 그의 사유와 행동을 제약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이 혁명성이다. 혁명성은 안주하려는 인간의 속성과 달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는 것들에 대해 자신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서슴없이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것, 새로운 사람,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것을 타파하는 행동이 바로 혁명성이며, 그것을 행한 결과가 바로 혁명이다.
혁명의 두번째 대상은 한계다. 경계가 안주하려는 자신의 틀이라면 한계는 확장성을 제약하는 심리적 감옥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무의식의 장난이다. 심하게 말하면 내 스스로 나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는 말은 반듯한 자기성찰의 결과물이 아니라 무의식에 농락당한 에고의 비명소리에 불과하다.
200page.
자신을 감동시켜야 진정한 노력이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최선이란 자기의 노력이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이다. - 조정래
일전에 조정래 선생님을 뵈었을 때 필자에게 해주신 말씀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노력 혹은 최선이라는 말을 참 자주 쓴다. 하지만 노력에는 경계나 한계가 없다. 사막을 여행하던 사람이 쓰러지는 순간까지 걸었다고 해서 그것을 노력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을 뿐이다. 천재가 놀라운 발명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노력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재능이라고 할 뿐이다.
스스로를 감동시키는 게 노력이다.
그럼 노력의 정의는 무엇일까? 조정래 선생님에 따르면, 어떤 일을 할 때 스스로 감동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노작가의 삶을 대하는 진정성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
서양작가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는 노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모든 길을 다 갈 수는 없다. 성공은 단지 한 분야에서만 얻을 수 있으며, 우리가 선택한 직업은 일생을 통해 오직 한 개의 인생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 외의 다른 것들은 모두 이것에 종속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일 (직업)을 적당하게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의 일은 반드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내가 선택한 길이 옳다면(그렇게 선택된 것이라면) 대담하게 행해야 한다. 사람이 이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성공적인 삶이다. 어떤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요인은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일을 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고통에 맞서는 도전은 성장의 과정이다.
하늘이 어떤 이에게 장차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수고롭게 하고 그 근육과 뼈를 지치게 하며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생활을 곤궁하게 해서 행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도록 가로막는데, 이것은 그의 마음을 움직여 그 성질을 단련시키며 예전에는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일을 더 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람은 언제나 잘못을 저지른 뒤에야 바로잡을 수 있고, 곤란을 당하고 뜻대로 잘 되지 않은 다음에야 분발하고 상황을 알게 되며, 잘못된 신호가 나타난 뒤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내부적으로 법도 있는 집안은 제대로 보필하는 선비가 없고, 외부적으로 적이나 외환이 없는 나라는 언제나 망하게 된다. 우리는 그 다음에야 우환이 사는 길이고, 안락이 죽는 길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 맹자
사람은 죽을 줄 알면서도 신념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맞서거나 가치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끔 이것이 인간의 특징을 규정하는 속성이라는 사실을 잊는다. 맹자는 이에 대해 "신발을 발에 꼭 맞춰 만들지는 못할지라도 그것이 삼태기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듯이, 사람이 갖고 있는 불굴의 의지, 고난을 극복하고 나아가려는 에너지도 크기만 다를 뿐 누구나 갖고 있는 사람의 특징" 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자기완성을 위한 도전에 직면한다는 것은 내가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것이 고통스럽고 힘들다는 것은 나 스스로 장애물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증거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런 도전과 응전의 과정에서 비로소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에 따르면 만약 내가 고민 때문에 고통스럽다면 그 고통은 그것을 넘어서려는 의지의 발현이고 내가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역으로 내가 안락하고 고민이 없고 아무런 걸림 없이 편안하다는 것은 이미 내리막이 시작되었거나 혹은 안주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인 셈이다. 또 시련에 봉착하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생겼거나 장벽이 나타났음을 알려주는 파수꾼이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작은 시련이 닥쳤을 때, 그것이 개선과 극복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간과해 더 큰 시련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213 page.
상황에 이끌려하는 선택은 위험하다.
우리의 선택은 대부분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기 쉽다. 나그네를 집에 데려와서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다리를 길에 늘리고 길면 잘랐다는 이 끔찍한 이야기는, 인생의 중요한 선택이 상황에 의해 강요될 경우 우리가 처할 수 있는 난관을 상징한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선택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무언가 새로운 길을 탐색할 때 무조건 현재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먼저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자신의 노력 부족을 감추기 위해 내가 이 일에 재능이 없거나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일이 아닌 다른 일에 도전하겠다는 판단이 선다고 해도 지금 당장 현재를 버리고 그 일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현재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위한 준비를 충실히 한 다음에 선택의 상황에 서라고 조언한다.
계주선수가 바통을 주고받을 때, 달리고 있는 선수는 마지막 스퍼트를 하고 전달받을 선수는 미리 달리기 시작해야 한다. 둘의 속도가 절정에 이른 순간 바통이 전해져야 이길 수 있다.
…
직업이나 전공을 바꾸고 싶을 때나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모험을 시작할 때, 무조건 현재를 포기하고 다른 일에 뛰어드는 것은 내 인생을 걸고 도박을 벌이는 것과 같다. 다른 곳에 뛰어들고 싶다면 그 일을 지금 일보다 더 잘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그때가 비로소 선택의 순간인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위선이다. 시간은 늘 충분하다. 단지 우리가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도전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면 잠을 희생하든 놀이를 포기하든 달콤하지만 의미없는 일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서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황을 만들어가면서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선택했다면 산을 옮기는 우공의 태도로 그 일에 몰두하는 것이 진정한 도전이다.
226 page.
세 가지 인간형 - 원죄형 인간.
먼저 원죄형 인간은 나름의 교육과 도덕률을 알고 있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전형이다. 이들은 어른을 공경해야 하고 질서는 지켜야 하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되고 우정과 사랑은 목숨처럼 지켜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죄형 인간은 태생적으로 나약해서 작은 유혹에도 쉽게 금기를 넘어선다. 예를 들어 어떤 가장이 직장일로 접대를 하다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가정하자. 아마 국회의사당 앞 안마시술소에서 발견된 수천 장 영수증의 주인공이 그들일 것이다. 그 다음날 그들은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그것을 해소하는 데 1초가 걸렸건 며칠이 걸렸건, 심지어 자신이 의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죄의식은 무의식의 호수에 던져진 납조각처럼 심연에 가라앉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자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동료의 어려움을 무의식적으로 외면했다면 그 미안한 감정 혹은 죄의식이 또다시 납조각으로 가라앉는다. 그 다음 날에는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소리 지르는 젊은이를 제지하지 못하고 외면해버린 죄의식이 또 가라앉는다. 그렇게 계속 쌓이면 무의식의 호수는 수위가 넘치기 시작하고 작은 파동이 일며 울렁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퇴근했는데, 아내가 가계부 걱정을 늘어놓으면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된다. 하지만 잠시 후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면 죄의식은 절정에 이르고 결국 밖으로 나가 술잔을 기울이며 그것을 잊어버리려고 애쓴다. 하지만 다음 날 이런 악순환은 다시 반복된다.
이런 원죄의식의 대상은 윤리나 도덕률만이 아니다. 결심과 의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거짓말에 대한 원죄의식이 그 원인이다. 종교가 율법으로 거짓말을 금하듯, 사회 역시 안정성을 위해 거짓말을 죄악시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강렬한 유혹이기도 하다. 타인을 기망하는 나쁜 거짓말뿐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 혹은 방어기제에 거짓말은 중요한 도피처다. 심리학에서 '신포도 우화'가 중요 방어기제의 하나로 인정되듯, 방어기제란 근본적으로 거짓 혹은 자신에 대한 위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결심한 것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나 자신을 통제-관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실망도 원죄의 일부인 것이다.
…
이런 원죄형 인간은 니체가 그렇게나 경멸했던 '나약하지만 심성이 착한' 우리들의 보편적인 모습을 상징한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보통 큰 죄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적극적인 범죄나 탈법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 삶을 도덕적 기준에서 볼 때 일탈은 몰라도 이탈하지 않았다고 믿는 나는 같은 일탈을 행하는 타인을 이탈로 규정하며 쉽게 돌을 던진다. 자신에게는 느슨한 기준이 타인에게는 강퍅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연예인에 대한 신상 털기, 키보드워리어들이 타인에게 행하는 끔찍하고 가혹하고 잔인한 공세도 스스로는 이탈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행하는 것이다.
243 page.
안과 밖의 태도가 나를 말해준다.
TV를 본다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거나 그것을 통한 휴식이나 위로가 다른 것을 희생할 만큼 가치가 있어야 한다. 컴퓨터를 켤 때는 정보를 얻거나 작업을 할 이유가 있어야 하며, 술자리를 가질 때는 그만 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렇듯 습관의 관성에 빠져 다른 일은 엄두도 못하고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아우라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고유한 분위기가 있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긍정적인 호기심을 이끌어낼 만한 특성이 없을 때는 아우라라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아우라는 앞의 인용문에서 설명하듯 '신체에서 발산되는 보이지 않는 기나 은은한 향기 혹은 사람이나 물건을 에워싸고 있는 고유의 분위기' 다. 습관적인 타성에 젖은 사람에게서 기나 향기가 느껴질 리 없다.
자기만의 아우라를 만들어 보자.
사람의 특징은 다른 사람과 차별적인 무엇을 갖는 것이다. 얼굴이 다르고 지문이 다르고 목소리가 다르고 몸집이 다르듯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개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태생적으로 타고나는 것이어서 내가 관계할 수 없다. 성형을 하거나 운동을 해서 가꿀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이는 것일 뿐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보이는 매력은 금세 식상하거나 권태를 느끼게 되지만, 보이지 않는 특징은 쉬이 권태를 느끼지 않는다.
아우라는 나에 대한 타인의 관대함을 이끌어낸다. 어떤 사람에게 그만의 독특한 아우라가 있다면 우리는 그를 존경하거나 존중하고 때로는 그를 위해 무언가 기꺼이 도와주고 싶어진다. 아우라는 한 가지 장점이 아닌, 사람을 대하는 정중하고 우아한 태도와 미소, 일을 처리하는 열정과 집중력, 언어에서 느껴지는 신뢰감 등 여러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나타나므로 좋은 습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퇴적물과 같다.
…
하지만 아우라가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안다. 또 좋은 태도는 여러 가지 좋은 습관들을 만들어내고, 그 습관들이 하나가 되어 시너지를 일으킬 때 아우라가 나온다는 것도 안다. 우리에게는 이것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늘 숙제다. 하지만 청년은 시작할 수 있다. 일찍부터 나쁜 습관의 찌꺼기를 몸에서 털어내고 좋은 태도를 통해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청년들을 만나서 멘토링을 할 때 자신의 장점 열 가지와 단점 열 가지를 적어보라고 하면 단점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학습의 결과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 그만큼 내심으로는 다들 자신에게 엄격한 셈이다.
아우라는 바로 이런 단점들이 제거된 상태다. 즉 자신의 삶에서 단점들이 제거된다는 것은 삶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고 자신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의미다. 마치 진흙이 묻은 구슬처럼 장점이 햇살에 드러나는 반짝이는 상태가 바로 아우라인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발휘된 이러한 발전은 외면적인 능력을 강화하고 타인의 관대함을 이끌어낸다. 기억해두자. 당신은 장점 덩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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