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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찾은 제주 - 3일차, 유기농 다원, 금악오름, 유랑 위드북스 본문
제주도 3일차, 2025.3.7(금)
내일을 위해서 잠을 청하자하고 7시 50분에 알람을 3개나 맞춰놓았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7시 20분이었다.
‘이런 왜 이렇게 빨리 눈을 떴지?’
속으로 질문을 해 보았으나 영문을 알길이 없었다. 평소보다 더 많이 잔 것도 아닌데 나 답지 않게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잠시 영문을 모른채 비몽사몽하다가 이윽고 그 이유를 알았다. 창 밖에 얇은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추고 있었고, 창밖 숲에서 새들이 짹짹 지져귀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이 주는 소리와 빛에 내 몸이 반응한 것이다. 나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 동안 왜 모르고 지낸 걸까? 우리집 아파트에선 왜 이러지 못하는 걸까? 매일 일어나지 못해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으니 말이다. 자연 채광과 새소리라는 어마어마한 수단이 있음에도 활용할 수 없는 아파트의 삶이 나를 가족을 일어나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도 가로등 불빛 때문에 암막 커튼을 치지 않으면 쉬 잠들 수 없고, 되려 이것 때문에 아침이 와도 암흑이 계속되니 쉽게 잠에서 깨기 어려운 것이리라. 새 소리를 들으며 모자란 잠을 조금이라도 더 청해 보았다. 일어나기 싫어 발악을 하는 그런 마음이 아니라, 언제고 일어날 것이지만 새 소리에 잠시나마 귀 귀울여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른곳에 평화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아침을 상쾌하게 맞이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평안이 오고 작은 행복감이 들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소소한 행복이었던가?
잠시 눈을 감고 새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오늘 무얼할지 어제 치열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오늘 낮까지는 날씨가 맑으니 숙소 주변을 한번 산책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다른 곳을 가야한 한다는 부담감에서 조금은 벗어나 보고도 싶었다.
‘그래. 숙소 뒤 차 밭 산책로를 한가로이 다녀오자.’
나는 조식을 먹은 뒤 숙소 뒤에 나있는 차 밭을 산책하러 나섰다. 지갑도 차 키도 없이 휴대폰만 들고 나섰다. 이른 차 밭은 연신 스프링 쿨러가 회전하고 차 나무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입구부터 물 세례를 맞을라 조심조심 물을 피해서 차 밭에 들어섰다. 아침 공기와 스프링 쿨러에서 나오는 물줄기와 이른 봄의 햇살이 어울려 싱그러운 푸르름이 느껴졌다. 차 밭을 쭉 가로지르자 멀리 숙소가 눈 앞에 보이고, 다른 방향으로 제주 항공우주박물관의 전경도 나타났다. 두 자매 건물을 차 밭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색달랐다. 지도를 살펴보니, 차 밭 끝자락의 대로를 건너면 오설록 매장이 있었다. 내친 김에 오설록까지 갔다왔다. 지갑을 들고 가지 않아 차 선물세트와 이니스프리 화장품 세트 등을 선물로 사올수는 없었지만, 숙소와 오설록이 차 밭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이 신기했다. 차 밭이 주는 신선함을 가득 안고서 숙소로 복귀했다.
다음 행선지는 겹동백꽃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다. 블로그 등에는 3월 말 부터는 유채꽃과 동백나무가 같이 핀 모습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다하여 큰 기대를 갖고 향했다. 가는 길이 외길이고 사유지 같았다. 아슬아슬 길을 뚫고 도착했지만 유채밭은 갈아 엎어져 있었고, 동백나무의 동백은 다 떨어져 온데간데 없었다. 물론 다른 관광객들도 없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금악오름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오던 방향에서 조금만 더 가면 금악오름이었다. 20여분을 오르자 가운에 물 구덩이가 남아있는 오름 정상이 나타났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더 신기했다. 정상에선 한경면 전체를 조망할 수 있고 다른 오름들과 한라산 봉우리도 보였다. 내려올 때 숲길을 걸으면 좋다는 걸 본적이 있어서 표제단 길이라는 이정표가 붙은 숲길로 하산했다. 중간중간에 산짐승이 낙엽을 바사삭하는 소리가 들려서 겁을 먹은 적도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새들이 걷거나 뛰면서 내는 소리였다. 금악리에서 백종원씨가 추천했다는 파스타집에 갔는데, 막상 가보니 가격이 너무 쎄서 옆에 있는 김밥, 라면 집엘 가서 요기했다. 돼지사골을 우린 국물에 끊인 라면이라는데 특별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이제 완전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오후 내내 특별히 무얼할지 계획을 세워놓지 않은채 막연히 책방 정도를 둘러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처음에 들른 곳은 저지리에 있는 책방 소리소문이었다. 입구에서 돌아가라는 표지를 보고 농도를 헤맸다. 좁은 농도를 한참을 헤맨 후에야 그곳의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뭐 이렇게 찾기 어려운 서점이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 죽기전에 가봐야할 세계 150개 서점에 꼽혔다는 안내가 있었고 사람들이 꽤 들어차 있었다. 서점에 들어선 나는 살짝 당황할 수 밖에 없었는데 필사하는 테이블 두어개를 제외하곤 앉아서 책을 읽을 공간이나 간단히 음료를 할 만한 시설이 없었다는 것이다. 난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도 하고 서가에 꽂힌 책들도 읽으며 후식으로 음료수나 한잔 할 요량이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그리고 다들 잔뜩 교양을 갖춘듯 있는듯한 분위기를 뿜으며 책방을 둘러보고 있는데 편안한 감정이 들지 않았다. 리커버 북이라도 선물로 사갈까 생각해 봤는데 같은 책을 엄청 비싸게 팔고 있어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잠시 구경하다가 자리를 나왔다.
이어서 내가 간 곳은 유랑위드북스. 여긴 좀 더 캐쥬얼한 분위기고 기본적으로 자기 자리가 주어졌다. (주어졌다기 보단 음료를 구매하거나 자리세를 내야 하는 시스템) 책의 수준을 차치하고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 더 좋았으므로 여기서 오후 자유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주문한 ‘마르코 폴로’ 라는 꽃 향기가 나는 홍차를 마시며 책을 보았다. 내가 앉은 자리에는 만화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별다른 고민없이 눈 높이에서 집어든 책은 “스티브 맥커리: 가까이 더 가까이” 라는 만화책이었다. 그는 타임지의 유명한 표지사진인 아프가니스탄 소녀를 찍은 세계적인 사진가이다. 만화 내용은 9.11 테러가 발생하자 고민하지 않고 먼지나는 잔해를 뛰어 다니며 누비던 스티브 맥커리의 이야기와 비슷한 상황에서 저자 자신의 무용담을 풀어내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아프가니스탄의 반군 세력과 같이 이동하면서 그들의 참상을 알리고자 했던 것이며, 몬순 지역을 취재하면서 죽을 뻔한 경험과 9.11 테러의 처참한 광경을 담으려던 노력. 프랑스에서 일어난 IS 테러 현장의 혼란을 보여준 것들이 만화속에 잘 드러나 있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봤다. 만화였지만 충분히 재미있었다. 다음 책으로 뭘 볼까 고민하다가 첫날 나에게 숙제를 안겨준 “이중섭 평전” 을 꺼내 들었다. 이중섭에 대해서 몰랐던 내용들. 특히, 마사코와 원산으로 돌아온 후의 삶이나 부산 피난 후 서귀포에 정착한 것. 이윽고 통영등지에서 창작활동의 정열을 불태우고 미도파 백화점에서 개인전을 열고 평단의 관심을 받은 것. 그리고 쓸쓸한 그의 죽음의 과정들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질곡의 역사를 예술가의 생으로 살아낸 파란만장한 그의 이야기가 너무도 흥미로웠다. 기회가 되면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다.
5시 책방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전날 검색해 둔 양고기가 맛있다는 ‘이디글라’ 라는 작은 포차형태의 고기집이었다. 나는 양고기 1인분과 흑돼지 자투리 1인분을 시켰다. 이번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식사를 조금은 거창하게 먹고 싶었다. 양고기는 소문대로 맛있었고, 흑돼지 자투리는 비계가 많아 계속 불쇼를 했으나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배를 넉넉히 채우고선 숙소로 향하려 했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즉석에서 송악산 걷고서 들어가라고 제안을 하신다. 이미 6시 30분이었으나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잠깐만 오르고 내려오자 생각하고 송악산으로 향했다. 7시가 다 된 시간이어서 나는 걸음을 재촉해 올랐다. 송악산을 오르자 탁트인 바다와 산방산, 그리고 가가호호 불이 켜진 풍경이 너무도 시원했다. 송악산은 낮에도 멋있지만 저녁에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다보니 내 뒤에 오르는 사람이 없고 내려오는 사람들 몇 팀이 전부여서 꼭대기에는 나밖에 없었다. 나는 성산 일출봉에서 완수하지 못한 미션을 이제 여기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미션
나는 바다를 보며 최대한 크게 우렁차게 외쳤다.
야이, XXX 들아,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도 잘 먹고 잘 살련다.
야이, XXX 들아,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도 행복하게 살거다.
야이, XXX 들아,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는 내 식대로 살거다.
3번을 시원하게 욕을 싸질러 놓았더니 가슴에 있던 체증이 확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외친 소리는 거센 바람을 뚫고 바다를 건너 산방산 어느 기슭에 전달 되었겠지. 이것으로 제주 여행의 미션을 완수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혹시 모를 연료부족을 대비해 4리터만 기름을 추가했다. 오늘 밤엔 첫 날 하나로 마트에서 사오고 미쳐 마시지 못한 한라산 소주를 육포와 과자 안주 삼아 먹어야겠다. 내일이면 다시 집이다. 아디오스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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